디지털 크레딧의 역설 — 비트코인으로 신용을 팔며 신뢰를 시험받다
스트래티지가 마주한 안정성의 질문 — 2026년 5월, 세 개의 거래를 읽는다
2026년 6월 1일, 스트래티지(Strategy, 옛 MicroStrategy)가 비트코인 32개를 평균 77,135달러에 팔았다고 공시했다. 4년 만의 첫 매도였고, 판 양은 보유분의 0.004%에 불과했다. 그런데 시장은 비트코인 약 4%, MSTR 주가 약 6% 하락으로 답했다. 이 미미한 규모가 왜 이만한 충격을 낳았을까 —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사건에는 한 겹의 역설이 숨어 있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위에 ‘디지털 크레딧(Digital Credit)’이라는 새로운 신용 상품을 쌓아 올렸다. 그런데 신용을 뜻하는 credit의 어원은 ‘믿는다(credere)’다. 신용을 파는 회사가 끝까지 지켜야 할 자산은 결국 ‘약속을 일관되게 지킨다’는 신뢰다. 지난 5월의 거래들은, 자신이 만든 신용 상품의 배당을 지키려고 5년간 지켜온 스탠스를 바꾼 일이다. 신용을 키우는 과정에서 정작 신뢰가 시험대에 오른 것 — 우리가 이 글을 ‘역설’이라 부르는 이유다.
입장을 먼저 분명히 해두자. Whisperd Research(이하 ‘우리’)는 디지털 크레딧이라는 모델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앞지른다는 전제가 성립하는 한, 그 초과수익(자본이득)을 배당 재원으로 삼는 구조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성립한다. 여기서 ‘역설’은 모델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모델을 운영하는 방식이 그 모델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중기적으로 얼마든지 낮은 구간에 머물 수 있고, 바로 그 구간을 버텨내는 안정성이 모델의 성패를 가른다. 2026년 5월의 운영이 그 안정성을 조금씩 갉아먹지 않았는지 — 그것이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다.
01 히스토리 — 네 번의 진화
스트래티지를 이해하려면 이 회사가 어떤 회사로 변해왔는지부터 짚어야 한다. 32개의 매도가 흔든 것은 대차대조표가 아니라, 5년에 걸쳐 쌓아 올린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1막 (2020) — 녹아내리는 얼음. 2020년 8월 11일, 소프트웨어 회사이던 MicroStrategy가 비트코인 21,454개를 2.5억 달러어치 사들이고, 비트코인을 주요 재무 준비자산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마이클 세일러는 현금을 ‘녹아내리는 얼음덩이(melting ice cube)’에 빗대며, 인플레이션 앞에서 비트코인이 더 나은 가치저장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2막 (2021~2023) — Buy and Hodl. 가격이 출렁여도 회사는 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샀다. 이 시기에 ‘절대 팔지 않는다(never sell)’는 말이 회사의 정체성이자, 시장을 향한 사실상의 약속으로 굳어졌다.
3막 (2024) — 자본시장을 레버리지하다. 단순히 들고만 있어서는 주당 비트코인을 빠르게 늘릴 수 없다. 그래서 세일러는 자본시장을 연료로 썼다. 이자가 0%에 가까운 전환사채를 대규모로 찍고, 보통주를 시장에 흘려파는 ATM 발행을 돌렸다. 이 구조의 심장은 mNAV다. 주가가 보유 비트코인의 가치(NAV)보다 비싸게 거래될 때(mNAV>1), 그 비싼 주식을 찍어 비트코인을 사면 주당 비트코인(BPS)이 늘어난다. 투자자들이 NAV에 웃돈을 얹어준 이유는 ‘이 회사를 거치면 비트코인이 한 방향으로만, 늘어나기만 한다’는 믿음이었고, never-sell이 바로 그 믿음을 떠받쳤다.
4막 (2025~) — 디지털 크레딧. 회사는 일반 투자자도 살 수 있는 영구 우선주를 잇따라 내놓았다. STRK(8% 전환형), STRF(10% 누적), STRD(10% 비누적), STRC(변동배당·$100 페그), STRE(유로 표시 10%). 회사는 이 묶음을 ‘비트코인 위에 세운 새로운 금융 범주, 디지털 크레딧’이라 불렀다. 그중 STRC가 가장 빠르게 커져, 1분기 말 잔액 85억 달러로 가장 큰 우선주가 됐다.
여기서 구조가 결정적으로 바뀐다. 1~3막의 전환사채는 만기가 오면 사라지는 빚이다. 그러나 4막의 영구 우선주는 만기가 없다. 대신 영원히 현금 배당을 토해내야 한다. 한 푼의 현금도 낳지 않는 자산(비트코인) 위에, 영원히 현금을 내보내야 하는 의무(우선주 배당)를 얹은 것 — 이것이 디지털 크레딧의 본질이자, 이번 사건을 푸는 열쇠다.
02 모델은 옳다 — 자본이득은 배당의 재원이 될 수 있는가?
디지털 크레딧을 향한 흔한 비판은 이렇다. “비트코인은 현금흐름이 없으니 배당 재원이 불안정하다.” 우리는 이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신용은 현금을 벌어들이는 자산이 받쳐준다. 회사채는 영업현금흐름이, 모기지는 임대수익이 이자를 댄다. 하지만 현금흐름이 없다고 곧바로 신용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금은 한 푼의 현금흐름도 만들지 않지만, 수 세기 동안 화폐와 신용의 토대였다. 결국 관건은 ‘그 자산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가치를 지키고 키우느냐’다.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앞지른다면, 그 초과수익(자본이득)은 비슷한 신용등급의 채권이 주는 통상적인 스프레드를 웃도는 보상을, 그것도 꾸준히 댈 수 있다.
세일러도 1분기 실적 콜에서 같은 논리를 폈다.
“자본이득이 신용 배당을 댑니다. 부동산 개발사가 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듯, 우리는 비트코인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팝니다.”
—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2026년 1분기 실적 콜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 크레딧이라는 범주를 처음 열어젖힌 시도와, 그 자본구조를 짜낸 독창성을 정당하게 인정한다. 따질 대목은 모델이 옳으냐가 아니라, 운영이 그 모델을 흔들 수 있느냐다.
03 안정성의 조건 — 버텨야 할 구간
모델의 전제는 어디까지나 ‘장기’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중기적으로 낮은 구간에 한참을 머물 수 있고, 실제로 4년 주기마다 깊은 조정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니 이 모델의 진짜 성패는 ‘장기적으로 오르느냐’가 아니라 ‘낮은 구간을 버티느냐’에 달려 있다.
버티는 조건은 단순하다. 자본이득이 잠시 마르는 구간에도, 첫째 영구 배당을 메울 완충(현금 리저브와 신규 발행 여력)이 넉넉해야 하고, 둘째 그 완충이 너무 빨리 닳지 않아야 한다. 한마디로, 약세장에서 얼마나 보수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안정성을 좌우한다. 이 잣대로 2026년 5월의 세 거래를 들여다본다. 비트코인 매도의 시점, 전환사채 매입의 종목, 그리고 STRC 금리의 속도다.
04 첫 번째 의문 — 비트코인 매도, 왜 하필 지금인가?
2026년 5월 26~31일, 비트코인 32개가 250만 달러에 팔렸다. 명분은 우선주 배당 재원이었다. 그런데 250만 달러는 우선주 한 달 배당 의무(약 1.4억 달러)의 일부도 채우지 못한다. 더구나 회사는 같은 주에 보통주를 찍어 그 50배인 1억 2,830만 달러를 끌어왔다. 돈이 급했다면 비트코인을 팔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세일러 본인도 이를 ‘시장을 미리 예방접종(inoculate)하기 위한’ 신호라고 콜에서 예고했다.
여기서 회사가 스스로 그어둔 기준선이 중요해진다. 콜에서 Phong Le는 BPS를 늘리는 갈림길이 mNAV 1.22배라고 못 박았다. 1.22배 위에서는 주식을 찍는 쪽이, 1.22배 아래에서야 비트코인을 파는 쪽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콜 시점(5월 1일)의 mNAV는 1.27, 기준선 위였다. 회사 자신의 계산법으로도 ‘발행이 더 나은’ 구간에서 굳이 비트코인을 판 셈이다.
물론 세일러는 ‘벼랑 끝에서만 판다’고 못 박은 적이 없으니, 회사로서는 약속을 어긴 게 아니라 예고한 전략을 실행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never sell’에서 들은 약속은 “판다 해도 정말 불가피할 때나”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발행으로 50배를 조달할 수 있는 멀쩡한 상황에서 배당을 맞추겠다며 가볍게 팔았다. ‘매도 가능성을 열어둔다’와 ‘필요하면 조금씩 판다’는 전혀 다른 약속이다 — 앞은 비상구, 뒤는 회전문이다. 비상구가 회전문처럼 쓰이는 순간, ‘never sell’은 “필요하면 언제든 샀다 판다”와 구분되지 않는다.
이것이 단순한 신뢰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있다. 스트래티지는 수익을 내는 사업체가 아니어서, 시장은 PER·PSR 같은 수익 배수가 아니라 mNAV — 미래에 축적될 자산에 매기는 배수 — 로 이 회사를 평가해왔다. 그런데 mNAV가 1을 넘으려면 ‘자산이 한 방향으로만 쌓인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주당 비트코인이 늘기만 한다고 믿을 때에만 현재 가치 위에 웃돈이 정당해지기 때문이다. 원칙 없이 사고팔면 미래 자산은 양방향으로 흔들리고, 그 기댓값에 시장이 매기는 것은 프리미엄이 아니라 디스카운트다. 결국 mNAV라는 밸류에이션 자체가 일방향 축적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고, never-sell은 그 전제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래서 아쉬운 것은 시점이 아니라 그 무게다. 이번 매도가 건드린 것은 신뢰라는 감정이 아니라, mNAV가 성립하기 위한 구조적 전제 그 자체다. 매도라는 선택지를 가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벼랑 끝도 아닌 자리에서 그토록 가볍게 꺼내 든 것이 문제다. 잃은 것은 32개의 비트코인이 아니라, 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딛고 서 있던 원칙의 명확성이다.
05 두 번째 의문 — 전환사채, 왜 그 종목인가?
2026년 5월 11~25일, 회사는 2029년 만기 전환사채 15억 달러어치를 13.8억 달러 현금에(액면보다 8% 싸게) 사들여 소각했다.
전환사채에는 투자자가 정해진 날 ‘원금 100%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붙어 있다. 주가가 전환가에서 멀어지면 투자자는 주식 전환을 포기하고 이 풋 일자에 현금을 요구한다. 즉 회사가 실제로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은 최종만기가 아니라 첫 풋 일자다. 그리고 이런 상환 청구가 특정 시기에 몰려 한꺼번에 거액의 현금을 요구하는 구간을 흔히 ‘만기 벽(maturity wall)’이라 부른다. 한 해 안에 수십억 달러가 동시에 돌아오면, 회사는 그 벽을 넘기 위해 자산을 팔거나 새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풋 일자별로 청구될 수 있는 금액을 늘어놓으면 이렇다.
출처: 각 전환사채 발행 공시, 2026년 1분기 10-K·10-Q 부채 주석 — Whisperd Research 정리
이를 합치면 2027년 9월부터 2028년 9월까지 단 12개월 사이에 약 59억 달러가 몰린다. 소각 전 전체 전환사채 82억 달러의 약 72%다. 회사가 내세우는 ‘가중평균 만기 4.8년’은 명목상 숫자일 뿐, 투자자가 실제로 현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2~3년 안에 닥치는 빚이다.
그런데 회사는 가장 먼저 돌아오는 두 종목(2027-09의 10.1억, 2028-03의 20억)이 아니라, 세 번째로 오는 2029 Notes(풋 2028-06)를 골라 갚았다. 세일러는 콜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시급한 순서가 아니라, 종목마다 비트코인 수익 기여도가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2029 Notes는 22bp, 2030 Notes는 63bp). 다만 정작 고른 2029 Notes는 기여도가 더 낮은 쪽이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 전환가가 $672로 현재가의 4.5배에 달해 사실상 현금으로 갚는 게 확정된 ‘죽은 채권’이었고, 그만큼 깊게 할인돼 거래되고 물량도 넉넉해, 같은 현금으로 가장 많이, 가장 싸게 사들일 수 있는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쉬워하는 대목은 우선순위다. 8% 할인으로 약 1.2억 달러를 즉시 아낀 것은 분명한 이득이다. 하지만 빚을 관리하는 보수적 원칙은 ‘가장 가깝고, 가장 불확실한 벽부터 치운다’이다. 정작 가장 먼저 돌아오는 약 30억 달러어치 만기 벽은 그대로 둔 채 ‘되사기 좋은’ 종목을 먼저 집은 것이, 모델의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최선의 순서였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06 세 번째 의문 — STRC 금리, 왜 이렇게 공격적인가?
STRC는 변동배당으로 가격을 $100 근처에 묶어두도록 설계된, 머니마켓펀드(MMF)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내세운 상품이다. 콜에 따르면 출시 8개월 만에 약 300만 가구가 보유하고, 그중 80%가 개인투자자인 사실상의 대중 신용상품이 됐다. 배당률을 낮추면 $100 페그가 흔들리고, 그러면 300만 가구가 믿어온 ‘안전한 고배당’이라는 정체성이 깨진다. 회사가 배당 유지에 집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다만 운영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긴장이 보인다.
첫째, 변동배당 상품은 본래 시장 상황에 맞춰 이율을 조정하라고 만든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약세장에서 이율을 내리기는커녕 올렸다(11.00% → 11.25% → 11.50%). 페그를 지키려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해도, 약세장에 이율을 올려야만 유지되는 구조라면, 그건 변동배당의 유연함이 사라지고 고정된 고비용 부채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둘째, 설계 의도와 실제 운영이 어긋난다. MMF를 닮은 안전 상품이 빛을 발할 무대는 위험자산이 무너지고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국면, 즉 리스크오프다. 그런데 회사는 STRC를 정반대로, 리스크온을 증폭하는 도구로 쓰고 있다. 세일러는 ‘위험회피 환경이 비트코인에 매우 불리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전략의 핵심은 ‘비트코인이 오를 때 신용을 공격적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STRC가 안전자산으로서 진가를 발휘할 국면이 아니라, 가장 불리한 조합(비트코인 약세 + 증시는 상대적 강세) 속에서 잔액을 키우며 이율까지 올린 것이다.
물론 회사의 반론도 나름의 일관성이 있다. 세일러는 STRC의 진짜 비용이 11.5%가 아니라고 본다. 대출이 아니라 ‘SOFR에 변동 신용스프레드를 얹어 지급하는 영구 스왑’이며, 신뢰가 쌓이면 그 스프레드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관점이다. 그러나 이 논리 역시 ‘미래에 금리가 내리고 신뢰가 쌓인다’는 외부 조건에 기댄다. 그 조건이 실현되기 전까지 STRC는 약세장에서 가장 빠르게 현금을 빨아들이는 고이율 부채로 작동한다. 우리의 아쉬움은 그 속도와 강도에 있다.
07 세 의문이 만나는 곳 — 자금조달은 하나가 아니다
이 회사의 멀티플(mNAV 프리미엄)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은 ‘절대 안 판다’는 신념이 아니라 자금조달 역량이라는 견해가 있다. 정확한 지적이고, 우리도 받아들인다. 수많은 비트코인 보유 모방 기업이 무너진 것도 신념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본을 끌어올 힘이 없어서였다. 그러니 never-sell은 멀티플의 유일한 원천이 아니라, 그 자금조달을 싸게 가능하게 해준 신뢰의 토대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반론이 나온다. 자금조달의 힘이 담보가치에서 나온다면, 담보를 현금화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준 이번 매도는 오히려 담보의 현실성을 입증해 자금조달을 강화한 것 아닌가. 절반은 맞는 말이다. 핵심은, 스트래티지에는 성격이 정반대인 두 종류의 자금조달이 공존하고, 이번 매도가 그 둘에 정반대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가) 담보에 기댄 자금조달 — 디지털 크레딧(우선주·STRC). 우선주 투자자는 본질적으로 채권자다. 이들이 궁금한 건 ‘내 배당과 원금을 받쳐줄 담보가 진짜 있고, 진짜 팔리는가’다. 그러니 비트코인을 실제로 팔아 배당을 메우는 모습은 담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해, 크레딧 쪽 자금조달을 강화한다. 이 경로에서는 위 반론이 옳다.
(나) 프리미엄에 기댄 자금조달 — 디지털 에쿼티(MSTR 보통주). 신주 투자자는 채권자가 아니라 웃돈을 얹어주는 주주다. 이들이 NAV보다 비싸게 사는 이유는 담보가 현금화되기 때문이 아니다. 비트코인이 언제든 팔린다는 건 누구나 안다. 이들이 프리미엄을 내는 이유는 ‘주당 비트코인이 한 방향으로만 늘어난다’는 믿음이다. 그런데 비트코인을 팔아 보이면, 담보의 현실성은 증명되지만 그 일방향성은 부정된다. 주주가 산 것은 ‘팔 수 있는 담보’가 아니라 ‘팔지 않겠다는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이 경로에서 매도는 부정적이다.
따라서 ‘never-sell 훼손이 자금조달 비용을 높인다’는 단순한 명제는 더 정밀하게 고쳐야 한다. 정확히는, 프리미엄에 기댄 에쿼티 조달의 비용은 높이고, 담보에 기댄 크레딧 조달의 비용은 낮춘다. 두 자금조달이 서로 정반대를 원하기 때문이다. 크레딧 투자자는 ‘팔 수 있기’를 바라고, 에쿼티 투자자는 ‘팔지 않기’를 바란다.
문제는 이 맞교환이 과연 남는 장사였느냐다. (가) 크레딧은 아무리 강화돼도 영원히 현금을 토해내는 부채다. 반면 (나) 에쿼티는 mNAV가 1을 넘을 때 찍으면 갚을 의무가 없는, 사실상 공짜에 가까운 자본이다. 결국 회사는 더 값진 자본(공짜 에쿼티)의 신뢰를 깎아, 이미 부채인 크레딧의 신뢰를 산 셈이다. 게다가 그렇게 산 크레딧의 신뢰조차 온전한 이득은 아니다. 신용의 본질이 예측 가능성이라면, 투자자는 ‘담보는 현금화되는구나’라는 안심과 동시에 ‘이 회사는 상황에 따라 약속을 바꾸는구나’라는 학습을 함께 얻기 때문이다. 후자가 전자를 일부 갉아먹는다.
그리고 이 비용은 돈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청구된다. 앞서 본 59억 달러의 만기 벽을 메울 주된 재원이 바로 (나) 보통주 발행이기 때문이다. mNAV가 1.22 아래로 가라앉으면 발행은 오히려 가치를 깎아먹는 일이 되고, 그 벽을 막는 비용은 그만큼 비싸진다. 회사의 핵심 지표인 BPS는 비트코인과 주식 수의 ‘비율’만 잴 뿐 프리미엄의 ‘크기’는 재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매도가 BPS에는 중립이어도 프리미엄을 눌렀다면, 그 타격은 지표에 잡히지 않는다. 같은 BPS라도 ‘지금의 BPS’와 ‘앞으로 BPS를 키울 능력’은 다르며, 안정성을 좌우하는 것은 후자다.
08 반론을 검토한다
우리의 우려를 약화시키는 반론도 함께 따져본다. 흥미롭게도 강세론의 가장 강한 논거는 세일러 본인의 콜 발언에서 나온다.
“60억 달러어치 자산을 가진 회사가 ‘절대 못 판다’에 갇히는 건, 자산의 99%를 묶어두는 일입니다. 부동산 개발사가 ‘절대 안 판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죠.”
—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2026년 1분기 실적 콜
강한 비유다. 다만 부동산 개발사는 애초에 ‘절대 안 판다’는 약속으로 프리미엄을 받은 적이 없다. 스트래티지는 받았다. 그 차이가 핵심이다. 우리는 매도라는 선택지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 선택지를 처음 꺼내 든 시점과 방식을 따지는 것이다.
세일러는 또 세 부류의 투자자(MSTR·STRC·비트코인)의 이해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용을 팔수록 mNAV가 오르고, mNAV가 오르면 신용을 더 팔 수 있는’ 맞물린 플라이휠이라는 것이다. 상승장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약세장에서는 세 이해가 정확히 부딪힌다. BPS를 지키려면 팔지 말아야 하고, 크레딧 배당을 지키려면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충돌을 어느 쪽으로 푸느냐가 운영의 보수성을 가른다. 더불어 이번 매도에는 약 22억 달러 규모의 세금 이연 자산을 활용하려는 의도 등, 밖에서 다 보이지 않는 동기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공개 자료에 근거하며, 비공개 사정이 일부 거래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 반론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강세론의 강한 근거는 대체로 지금 시점의 이야기거나, 상승장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 ‘여전히 99.99%를 들고 있다’, ‘맞물린 플라이휠’. 세일러의 모델은 시간을 상승장에 묶어둘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약세론은 그 시간을 풀어놓을 때 작동한다. 둘 다 거짓은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국면을 보고 있을 뿐이다.
09 결론 — 답은 다음 사이클의 손에 있다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사 모으는 데서 출발해 자본시장을 끌어들였고, 마침내 디지털 크레딧이라는 새로운 자본의 범주를 열었다. 그 방향과 실행력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앞지른다는 전제 위에서, 자본이득을 재원으로 삼는 크레딧 모델은 통상적인 신용스프레드를 웃도는 보상을 줄 수 있는, 충분히 합리적인 구조다.
우리의 우려는 모델이 아니라 운영에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중기적으로 낮은 구간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 그 구간을 버텨내는 안정성이 모든 것을 가른다. 2026년 5월의 세 거래 — 기준선 위에서 보낸 신호성 매도, 가장 임박하지 않은 전환사채를 먼저 갚은 선택, 약세장에 STRC 금리를 올려가며 유지한 것 — 는 저마다 나름의 근거가 있으면서도, 공통적으로 ‘버틸 여력’을 조금씩 줄이는 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단정이 아니다.
비트코인이 충분히 오르면 모든 것이 옳고, 오르지 않으면 모든 것이 시험대에 오른다. 5년 전 세일러는 현금을 ‘녹는 얼음’이라 불렀다. 자본이득이 배당을 낳는 그 탑은, 비트코인이 오르기를 멈추는 순간 무엇으로 배당을 낳을 것인가.
— Whisperd Research
상승장이 와서 mNAV가 다시 두꺼워지면, 5월의 거래들은 ‘약세장에 유연성을 확보한 영리한 자본관리’로 재평가될 것이다. 반대로 약세장이 길어지면, 자본이득이 마르는 바로 그 구간에 현금 의무가 가장 무거워지는 구조적 긴장이 현실이 된다. 그러니 이번 사건은 앞으로의 비트코인 가격이 거꾸로 채점하게 될, 아직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다.
앞으로 지켜볼 신호는 셋이다. 첫째, 비트코인 매도가 반복되는가 — 한 번의 신호인가, 추세의 시작인가. 둘째, mNAV가 1.22 기준선을 회복하고 유지하는가 — 발행 엔진이 다시 도는가. 셋째, 리스크오프가 닥쳤을 때 STRC가 설계대로 안전자산의 돈을 끌어모으는가, 아니면 강세장에 이미 소진된 채 그 국면을 맞는가. 이 세 가지가 모델의 안정성에 대한 답을 줄 것이다.
끝으로 분명히 해둔다. 세상에 완벽한 구조는 없다. 32개의 매도가 스트래티지를 무너뜨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트코인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이 회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비트코인을 웃도는 상승으로 화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비트코인 트레저리 모델을 오래 연구해온 입장에서, 이번 운영에 대한 아쉬움과 이견을 이 글로 남겨둔다. 디지털 크레딧이라는 시도를 존중하기에 더욱, 그 토대가 가장 시험받는 구간을 짚어두고 싶었다. 전환점은, 먼저 읽는 사람이 먼저 본다.
본 리서치 노트는 Whisperd Research가 공개된 SEC 공시, 실적 발표회 자료, 공개 보도에 근거해 작성한 독립적 분석이며,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수치는 작성 시점의 공시 기준이며 이후 변동될 수 있습니다.
Haeseong Yoon (Soomok) | Managing Partner, Whisperd Research whisperdresearch.substack.com
부록 — 확정 데이터
비트코인 매도: 2026년 5월 26~31일, 32 BTC, 평균 $77,135, 총 250만 달러
매도 후 보유: 843,706 BTC, 평균 취득가 $75,699
전환사채 매입소각: 2029 Notes 15억 액면을 13.8억 현금으로(8% 할인), 총액 82억 → 67억
우선주 명목잔액: 155억 달러 / STRC 잔액 85억, 배당률 11.5%
USD 리저브: 22.5억(1분기 콜) → 9억(5/31)
mNAV: 1.27(5/1), BPS 증분 기준선 1.22 / BPS: 213,371 sats/주(+18% YoY)
전환사채 만기 벽(풋 기준): 2027-09 10.1억 · 2028-03 20억 · 2028-06 약 15억 · 2028-09 약 14억
주요 출처: SEC EDGAR(8-K·10-K·10-Q), 스트래티지 2026년 1분기 실적 콜 전문, 회사 보도자료 — Whisperd Research 정리



